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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에세이

✨ 기도는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나는 어떻게 버텼는가

by idohope11 2025. 5. 28.

기도는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나님은 여전히 조용하셨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누군가에겐 기도의 시간이 기적의 시작이었겠지만,
나에게 기도는 오히려 내 무기력함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나님께 말은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침묵뿐일 때.
그게 참 서글펐다.


솔직히, 한동안 하나님이 멀게만 느껴졌다.
기도도 말씀도 열심히 하려고 애는 썼다.
그런데 아무 감동도 없었다.
아무런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빈 공기 속에 속삭이는 내 목소리만 허공을 맴도는 기분이었다.

그럴 때, 나는 기도를 멈출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마저 멈추면 정말 끈이 끊어질 것만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기도는 더 이상 소망이 아니라 유지 장치 같았다.
내가 붙들고 있다기보다,
기도를 하고 있어야만 믿음을 지키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구절이 있었다.
욥기 23장 10절.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욥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아니, 37장 동안 하나님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욥은 그 침묵의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이 ‘아신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 하나로 버텼다.


그래서 나도 요즘은 그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저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지금 여기 있어요.
그래도 하나님은 제 기도를 듣고 계신다고 믿어요."

기도는 느낌으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계로 이어가는 것임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응답은 없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내 마음은 더 단단해졌고,
기도는 더 이상 "문제 해결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과 나를 잇는 자리가 되었다.


기도는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그 시간은 하나님이 가장 깊이 내 곁에 계신 시간일 수도 있다.

아직도 삶은 그대로지만
마음의 자리가 하나님께로 기울어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 짧은 기도문

하나님, 기도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제 안의 믿음도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욥의 고백처럼,
저의 가는 길을 아시는 주님을 신뢰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을 믿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