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나님은 여전히 조용하셨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누군가에겐 기도의 시간이 기적의 시작이었겠지만,
나에게 기도는 오히려 내 무기력함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나님께 말은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침묵뿐일 때.
그게 참 서글펐다.
솔직히, 한동안 하나님이 멀게만 느껴졌다.
기도도 말씀도 열심히 하려고 애는 썼다.
그런데 아무 감동도 없었다.
아무런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빈 공기 속에 속삭이는 내 목소리만 허공을 맴도는 기분이었다.
그럴 때, 나는 기도를 멈출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마저 멈추면 정말 끈이 끊어질 것만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기도는 더 이상 소망이 아니라 유지 장치 같았다.
내가 붙들고 있다기보다,
기도를 하고 있어야만 믿음을 지키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구절이 있었다.
욥기 23장 10절.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욥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아니, 37장 동안 하나님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욥은 그 침묵의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이 ‘아신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 하나로 버텼다.
그래서 나도 요즘은 그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저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지금 여기 있어요.
그래도 하나님은 제 기도를 듣고 계신다고 믿어요."
기도는 느낌으로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계로 이어가는 것임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응답은 없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내 마음은 더 단단해졌고,
기도는 더 이상 "문제 해결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과 나를 잇는 자리가 되었다.
기도는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그 시간은 하나님이 가장 깊이 내 곁에 계신 시간일 수도 있다.
아직도 삶은 그대로지만
마음의 자리가 하나님께로 기울어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 짧은 기도문
하나님, 기도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제 안의 믿음도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욥의 고백처럼,
저의 가는 길을 아시는 주님을 신뢰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 안에 계신 하나님을 믿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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